
별 수호자:
쌍둥이 별
새벽의 대가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아리는 별 수호자들을 이끌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탈진할 때까지 발로란 전역을 돌며 생존자 수색을 마친 뒤였다. 신드라는 조이의 흔적을 추적하기 위해 이미 다른 행성으로 떠났다.
사라는 마법봉을 지팡이처럼 짚고 걷는 럭스에 몸을 기댔다. 고마웠다. 숨만 쉬어도 아팠다. 아직 정신이 멍한 자야는 니코의 품에 안겨 있었다. 사라는 두 사람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제 더는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 의미가 없어 보였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다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건물들이 버려진 장난감들처럼 거리에 늘어져 있었다. 조이가 남긴 타락의 웅덩이가 지면의 균열을 통해 솟아올랐다. 어떻게 없애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소라카가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어젯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더 많은 사람이 집과 친구들, 일상을 잃었다. 조이에게 맞설 힘이 없는 무고한 시민들이었다. 이제 그들은 별 수호자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이 행성에 별 수호자의 정체가 알려졌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사라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결연한 의지의 아리를 보면 중요한 문제인 것은 분명했다.
가장 먼저 정적을 깬 것은 자야였다.
"라칸을 찾으러 가겠어." 다들 예상했다는 듯,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우리도 함께 갈래." 사라가 말하자 모두가 쳐다봤다. 자야만 빼고.
"그런데 만약 라칸이—" 니코가 입을 열었지만, 자야가 말을 끊었다.
"분명히 살아 있어."
"어디에 있을지 몰라."
"그럼 세상 모든 곳을 뒤져야지!" 아리의 말에 사라가 소리쳤다.
"너는 왜 라칸을 찾으려고 하는데?" 자야는 쳐다보지도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사라에게 물었다. 대답에 따라 자야와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지도 몰랐다. 사라는 심호흡을 했다.
"라칸은 내 친구야. 언제나 그랬어. 죽었을 때나,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지. 그런데 난 라칸을 실망시켰어. 또 그러고 싶지 않아."
자야는 마침내 고개를 돌렸다. 눈빛에서 경계심과 불신, 의혹이 느껴졌다. 하지만 증오는 없었다.
이내 자야는 고개를 젓더니, 아무 말 없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별 수호자들은 그런 자야를 지켜봤다. 사라는 자야가 어디로 갈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 누구도 자야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따라오지 말라는 말은 안 했잖아."
"너도 가려고?" 사라의 말에 럭스가 물었다.
"자야를 보호하기로 했으니까. 약속을 지켜야지."
"그럼 우리도 갈래!" 럭스가 말하자 다른 별 수호자들이 돌아봤다.
사라는 만류하려고 했지만, 럭스가 먼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별 수호자는 한 팀이잖아." 그리고 럭스는 아리를 바라봤다. "이번에도 같이 이겨내야지."
아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비해 많이 변한 럭스를 보고 사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럭스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빛의 자취를 남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룰루와 뽀삐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진정한 리더가 되고 있어." 잔나가 속삭이더니 럭스를 쫓아갔다.
"뭘 꾸물거리고 있어?" 징크스가 이즈리얼과 다른 별 수호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할 준비 됐어?"
이즈리얼은 활짝 웃더니 징크스와 함께 출발했다.
소라카는 사라를 바라봤다. "준비됐어?"
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기다려 줘. 금방 따라갈게."
예의 인자한 미소를 짓더니 소라카 역시 날아올랐다. 남은 것은 아리와 니코, 사라뿐이었다.
힘이 빠져서 다행이라고 사라는 생각했다. 덕분에 숨 막히는 어색함이 덜 괴로웠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먼저 입을 연 쪽은 아리였다. "미안해." 군더더기 없는 사과였다.
니코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 네 잘못이—"
"아니, 잘못했어." 사라가 끼어들었다. "살아 있는 줄 알고 있었잖아."
"나는 니코가—"
"니코 얘기가 아니야. 오늘 일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날 그곳을 떠날 때, 자야가 살아 있다는 걸 알았지? 라칸과 니코 역시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 날 여기 내팽개치고 떠났잖아. 연락도 안 받았지. 널 도와주지도 못하게 말이야!"
아리는 말이 없었다.
"왜 날 믿어 주지 않았어?" 사라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아리는 진심을 드러냈다.
"난 누구보다 널 믿어."
"믿는다면서 그렇게 해? 난 네 부관이라고!"
"내 친구이기도 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백만분의 일 확률로 니코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어야 해? 미처 숨이 끊어지지 않은 자야가 네가 죽는 모습까지 볼 뻔했다고?"
사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아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날 친구들을 떠나보낸 건 너뿐만이 아니야. 네가 마지막이었다고. 내게 남은 마지막 친구. 믿을 사람은 너뿐이었어. 그런 너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 줄 수 없었어."
아리는 흐느껴 울었다. 사라는 아리의 눈물에서 자신의 불신과 슬픔을 보았다. 말할 수 없이 무거운 부담에 짓눌려 쓰러지는 아리를 보았다. 아리는 그들의 리더였다. 하지만 혼자서 나머지 별 수호자들을 보호하려고 했다. 별 수호자는 서로를 도와야 했다. 그러니 아리의 잘못은 곧 사라의 잘못이었다.
사라는 니코와 아리를 끌어안았다. 어찌나 세게 안았던지 등에 난 상처가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이 순간, 고통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렇게 셋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전투에서 이기는 일은 쉬웠지만, 임무 그 이상의 의미는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기억이 떠올랐다. 폐허가 된 발로란시의 하늘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사라 포츈의 등에서 느껴지던 타락의 기운과 가슴속의 덩굴손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두려움과 의심은 아직 닿지 않는 깊은 곳에서 도사리는 듯했다. 끝까지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별처럼 빛나는 친구들이 있고, 그들의 맹렬한 빛이 어둠을 몰아내는 한.
사라는 고개를 들어 라칸을 찾으러 떠난 자야와 동료들 쪽을 바라봤다. 해가 뜨고 있었지만, 하늘에는 별들이 떠 있었다.














